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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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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식품으로부터 나와 내 이웃을 지키려면

    등록자daslki

    등록일2005-02-24

    조회수34,630

    2003년 10월 16일 박병상

    어떤 학생이 양파 두 알을 각각 다른 물컵에 띄우는 실험을 시작했다. 아침저녁마다 한 물컵 앞에 선 학생은 다정한 목소리로 웃음지으며 잘 자라라고 격려했고, 다른 물컵 앞에선 인상을 쓰며 썩어버리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자 격려를 받은 양파는 물 컵 가득 잔뿌리를 내고 저주받은 양파는 부지런히 긴 잎을 돋아 올렸는데, 잔뿌리가 나온 양파는 건강하게 잘 자란 반면 웃자란 양파는 그만 썩어버렸다고 한다. 같은 결과를 발표한 학생들은 생명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 선생님은 전한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사육되는 소는 우유와 고기를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아마 방목하는 소는 아닐 것 같다. 좁은 축사에 갇혀 기름진 사료를 하루종일 축내며 허구헛날 우유를 뽑아야하거나 비둔해져야 하는 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산들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그윽한 방목지에서 느긋한 일상을 보내는 소는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축나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자란 소보다 방목한 쇠고기가 먹는 이에게 맛이나 영양이 더 할지 모른다. 음악도 못 듣는 대형 축사 속의 소는 어떨까.

    얼마 전, 해외 자료는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까닭으로 오염된 음식을 꼽았다.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채소나 곡물, 오염된 곡물사료로 키운 육류를 소비하는 청소년은 유기농산물을 적절하게 먹는 청소년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난폭하다는 것이다. 살충제가 분부하는 대형 축사에 밀집시켜 각종 항생제와 농약 섞인 사료로 조기 사육한 가축의 살코기와 지방으로 가공한 패스트푸드가 가장 문제라고 외신은 전했는데, 청소년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는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이혼율이 5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최근 통계는 일회용과 패스트푸드 남용 습관과 관계가 없을까.

    얼마 전, 풍수지리로 볼 때 한반도의 배꼽에 해당한다는 정읍을 핵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지역 시민운동가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곡물과 채소 과일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시설이 정읍 땅에 그것도 거대하게 건설된다며 걱정하는 전화였다. 식품에 방사선을 쪼이는 이유를 관련 전문가들은 싹이 트거나 썩지 않도록 예방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조사하는 양에 따라 종자에 붙은 기생충을 죽이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한다. 농약을 치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라고 부언하기도 한다. 부작용도 없단다. 과연 그럴까.

    조사하는 방사선의 양이 문제다. 아마 그 정도를 사람에게 쪼인다면, 대부분 암에 걸리거나 조사된 부분의 세포가 괴사하고 말 것이다. 그쪽 전문가들은 "방사선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터무니없다. 시민단체나 엄마들은 찰나에 지나간 방사선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 세포를 괴사시킬 정도의 선량을 받은 식품 내에 필연적인 영양물질의 변성으로 인한 소비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다. 즉, 자연스럽지 못한 식품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식품이 어디 하나 둘인가. 농약에 오염되었거나 식용으로 부적당한 색소나 향료와 같은 첨가제가 들어간 식품이 수두룩한 현실에 방사선이 지나간 식품 몇 가지가 추가된들 별 문제 있으리요. 자본과 그들과 한패인 관료들은 문제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에게 윽박지른다. 그러면서, 문제가 없다는 납득할만한 증거는 소비자들에게 제시하지 못한다.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일단 잡수시고,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처리하면 그만이라는 배짱인데, 무책임의 소신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지금은 '복합오염 시대'다. 다시 말해, 오염원이 뒤섞여 하나 하나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는 시대라는 뜻이다. 개개의 오염원이 개인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고, 오염원과 환경, 오염원과 오염원 사이의 상승작용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해마다 수천 가지의 유가화학물질이 연구와 개발되어 사용되는데, 그에 따른 환경과 건강의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무리 엄격한 검사를 거친 화학제품과 의약품도 10년이 지나도록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농약이나 화공약품, 그리고 의약품은 선택이 가능하다. 성분표시도 비교적 정확하고 부작용도 기술돼 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식품은 아니다. 원산지와 성분함량표시가 최근 등장했지만 부정확하고, 정작 중요한 부작용은 기재되지 않았다. 농약과 방사선은 위험하지만 그 물질을 살포했거나 조사한 식품은 안전하다는 논리의 근거는, 미안하지만 없다.

    누가 보아도 명백한 오염원도 오염 원인자의 권력에 따라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현실이거늘, 오염원인이 복합적일 경우, 오염원을 슬쩍 하나 더 추가한다고 해도 아무도 그 실체를 눈치챌 수 없다. 일본에서 발생한 미나마따만의 수은중독, 카드늄 중독으로 나타난 이따이이따이병, 그리고 우리나라 원진 레이온의 아황화탄소 중독의 사례를 들쳐보자. 분명한 의혹을 시민사회에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힘겨운 시민운동 덕분에 인과관계가 드러난 때에는 이미 수많은 사회적 약자가 희생된 뒤였으며 시간이 지났거나 허술한 보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추궁은 어물쩍 넘어가고 말지 않았는가. 문제가 나타나면 그때 대책을 세우겠다는 관계자의 무책임을 믿어야 할까.

    이와 같은 농작물이나 식품은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상태로 변형시킨 것이다. 삼라만상의 생명과, 그 생명들에 기대에 어우러진 생태계는 이미 수 십억 년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온 조화 속의 하나이거늘, 자연에 없는 농약이나 유기화학물질은 생태계의 다양성과 순환을 저해하지 않은가. 물론 복합오염 시대이므로 그 피해나 환경영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방사선은 자연에도 있지만, 식품에 쪼이는 정도는 사뭇 자연스럽지 못하다. 생명체의 번식을 저해하거나 유전자를 치명적으로 변형시켜 걷잡을 수 없는 돌연변이를 유발하며 예측 불가능한 독성물질로 인한 문제로 생태계의 다양성과 순환을 치명적으로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겉보기 차이가 없는 방사선 조사 농작물과 식품은 겉보기 번지르르한 농약오염 농작물과 식품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방사선 조사는 표시대상조차 아니다.

    이제까지 지목한 농작물과 식품은 유전자를 조작한 농작물에 비교하면 차라리 애교에 불과할지 모른다. 46억 년 동안 조화롭게 이어졌던 생태계를 그 뿌리에서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 농작물에 없던 유전자를 생명공학 기술로 억지로 집어넣은 농산물과, 그 농산물을 가공한 식품은 어떤 경각심도 제공하지 않는 공급자에 의해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에게 마구 공급되고 있다. 그 공급자는 다국적 기업의 초국적 자본이고, 정부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민단체들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과 식품에 알기 쉬운 표시를 요구하고 있지만 무시되고,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협정 위반이라는 미국계 초국적 자본의 위협에 굴복하는 실정이다.

    생명공학 자본이 조작하여 특정 농작물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는 그 농작물에서 꼼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유채에 들어간 조작 유전자는 꽃가루를 타고 다른 식물에 옮겨질 수 있다. 이미 그 증거는 흉흉할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중금속을 잘 흡수하는 올챙이 유전자는 생명공학자에 의해 현사시나무에 옮겨졌지만, 그 유전자는 다른 식물에 옮겨갈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올챙이 유전자는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할지 모른다. 유전자 조작된 식품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가 음식을 통해 사람의 유전자를 돌연변이할 가능성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100퍼센트 배제하지 못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자본은 수만분의일 정도로 낮은 확률이라고 무시하지만, 우리가 먹는 농작물은 수만 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많다.

    대책은 무엇인가. 간선도로의 '낙석주의'와 '연약지반'과 같이 무책임한 간판도 없는데, 그런 간판을 보고 성호를 긋고 마는 심정으로 위험한 식품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다. 정답은 참여다. 두드려야 열린다. 소비자는 불매운동으로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표현하고 자본과 기업, 그리고 관리의 책임이 있는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나약한 것 같지만 가장 강력한 소비자의 권력이다.

    유럽에는 방사선 조사 식품과 유전자 조작 식품이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회원이 많게는 수백만 적게는 수십만인 시민단체에서 불매운동을 언질하자, 식품회사에서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물론 가능한데, 식품회사를 움직일 만큼 거대한 시민단체가 드물고, 불매운동도 지속되지 않아 무시당하기 일쑤라 안타깝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할만한 시민단체에 가입해 힘을 실어주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말도 안 되게 작은 급여로 희생적인 시민운동에 전념하는 단체에 물질적 정신적 힘을 보태주면 어떨까.

    조상들이 물려준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아온 우리는 후손에게 건강한 자연을 물려주어야 한다. 자식이라면 재산과 생명도 다 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라면 후손에게 어떤 먹을거리를 건네주어야 할까. 다정한 이웃을 건강한 노후에도 만나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까. 자연스러운 삶이 근본적인 정답이라면, 정답을 위한 행동이 남았다.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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